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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년북/렌쩨] Fairy 1화

w. 찬하

 

발 길이 닿는 대로 따라 가, 너를 만났다.




#0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는 요정이 종종 발견되곤 했대.

요정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요정을 한 번이라도 보는 사람은 그 요정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가 없더래.

그렇게 사람의 시선을 앗아버린 요정은 그 사람을 데리고 자신이 나고 자란 자신의 세계로 그 사람을 데려간다더라.

그리고 그 사람은,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대.

 

 

 

#1

 

지금 내가, 내가 잘못 듣고 있냐? 지금 뭐라고?”

노르웨이. ……. 한 달 정도 가 있을 것 같아.”

“.... 갑자기 거긴 왜 간다는 건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어서, 구미가 당기더라고.”

 

민기와 종현은 연인 사이다. 한 명은 열렬하고 한 명은 무심한 그런 연인 사이. 그런 둘의 사이를 본 사람들은 한 번씩 종현에게 묻곤 했다. , 민기랑 만나느냐고. 그럼 살짝 웃으며 종현은 이렇게 답했다.

 

자꾸 고백하길래.”

 

너무나도 솔직한 그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종현을 보는 민기의 표정은 늘, 미소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달랐다. 지금 민기의 표정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너 지금 나랑 며칠 만에 보는 건진 알아?”

2주 정도만일걸?”

 

종현은 그런 민기를 전혀 쳐다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오직 제가 할 일은 짐을 챙기는 것이라는 듯. 그런 종현의 태도에 민기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다가 입을 꾹, 눌러 닫았다. 지금 제가 화를 내 보았자, 제게 득 될 것은 없기에.

 

연락은, 꼬박꼬박. 아니, 나랑 같이 가자. 내가 지금 표 끊을게.”

너 계속 스케줄 있잖아. 그리고 연락은 꼬박꼬박 할게.”

 

종현의 대답에 민기는 이로 입술을 물었다. 틱틱- 깊게 고민에 빠지거나 불안하면 나타나는 민기의 행동에 종현이 한숨을 내쉬며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그대로 몸을 돌린 종현이 민기의 이와 입술 사이에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너 피 나.”

…….”

 

종현의 손가락이 제 입술 위에 닿자 그제야 민기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래, 네가 가고 싶다면 가야지. 잠깐 그대로 종현을 바라보던 민기가 그대로 종현을 안았다. 종현은, 민기에 안긴 채로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2

 

도착하면 꼭 연락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 해. 바로 비행기 표 끊어서 갈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나한테 우선순위라는 거 알지?”

내가 애냐.”

걱정돼서 그래, 걱정돼서. 한 달이나 어떻게 또 떨어져 있어.”

어차피 너 지금 바쁜 거 끝나면 오지 말라 해도 올 거잖아.”

그래도. 지금 바쁜 거 끝나려면 적어도 2주는 더 있어야 한단 말이야. 최대한 빨리 갈게.”

 

쵸옥- 말을 마친 민기가 종현의 입에 제 입을 살짝 맞췄다 떨어졌다. 그런 민기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종현이 제 손목에 차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나 슬슬 들어가야 해. 다녀올게.”

꼭 도착해서 연락해.”

 

갈게. 손을 두어 번 휘휘 저은 종현이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는 종현의 뒷모습을 민기는 한참 바라보았다. 종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계속. 한참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자꾸만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3

 

한 번의 경유를 거쳐 도착한 노르웨이. 18시간의 장시간 비행에 종현은 잔뜩 지쳐 있었다. 중간에 비행기에서 내려 다음 비행기를 기다릴 때, 그깟 이야기가 뭐라고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마침내 도착한 노르웨이는 쌀쌀하면서도 무언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래, 도착했으면 된 거지. 종현은 민기가 예약해준 호텔로 서둘러 이동했다. 도착했어, 라는 짧은 메시지를 민기에게 남기고.

 

아으으. 피곤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짐가방을 대충 던져놓은 종현이 그대로 침대 위에 풀썩- 제 몸을 뉘었다. 옷 하나 갈아입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좀 씻어야 하는데... 종현은 무겁게만 느껴지는 제 눈꺼풀을 그대로 그냥 내렸다. , 깜깜한 암흑이 찾아왔다.

 

얼마나 자고 일어난 걸까. 도착할 때는 분명 밤이던 풍경이 환한 아침으로 바뀌어 있었다. , 그대로 잔 거야?

 

-”

 

피곤해도 그냥 자냐. 종현은 자신에게 혀를 차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불편한 자세로 잠들었던 탓인지 온몸이 뻐근하게만 느껴졌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목을 푼 종현이 호텔 창가로 걸음을 내디뎠다.

 

분위기 좋네.”

 

온통 낙엽이 가득 쌓인 길거리는 종현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잔뜩 들뜬 표정으로 종현이 제가 제 몸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카메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찰칵찰칵- 몇 차례의 셔터음이 울려 퍼졌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내린 종현이 창가를 조금 더 바라보다 침대로 향했다.

 

이건, 조금 보정을 해야 할 것 같고. 이건 흔들렸네.”

 

침대에 걸터앉은 종현은 제가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폈다. 한참 사진에 빠져 어떻게 편집할까 고민하는데 휴대전화 음이 울렸다. [최민기] 너무나도 익숙한 세 글자가 종현의 휴대전화 액정을 채웠다.

 

여보세요?”

[잘 도착했어? 어제 시간 보니 늦었길래, 일부러 전화 안 했어. 밥은 먹었어? 잠은 잘 자고? 분위기는, 네가 원하던 분위기야?]

몰아치는 질문에 종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하나 물어, 하나하나.”

[잘 도착했나 궁금한 게투성이라. 역시 내가 같이 가야 했어. 같이 갈 걸.]

또 그 소리 한다. 잘 도착했고 잘 잤어. 걱정할 거 없어.”

[으응. 벌써 보고 싶어, 종현아.]

 

나도, 그 말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려운 걸까. 종현은 민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민기 역시도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민기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도 계속 바쁠 것 같아. 그래도 네 연락은 틈틈이 확인할 테니까 걱정 말고 문자 자주 해줘 종현아. 나 나오라고 닦달이네. 종현아, 다녀올게. 이따 또 통화하자.]

, 이따 연락해.”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끊어진 전화를 종현은 한참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는, 참 나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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