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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년북/황쩨/조각] 집착

w. 찬찬하다



  띠리리링-


  여기저기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방 안, 한쪽 구석에서 울리기 시작한 휴대전화의 알람은 이내 방 안을 가득히 메웠다. 잔뜩 흐트러져있는 시트 속에서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잠을 취하던 민현은 울려오는 소리에 한 손으로 꾸욱- 제 머리를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지난밤, 텅 빈 제 침대의 한 켠을 바라보며 조소를 흘리던 민현이 치고 올라오는 호르몬을 그대로 방출시켰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민현은 표정을 굳힌 채로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던지고 움켜쥐어 부서트렸다. 부서져 조각조각 나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민현은 마치 그것들이 지금의 제 모습 같다,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제 화를 내뱉던 민현은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부서지고 나서야 제 행동을 멈췄다. 어질러진 방 안을 한 번 둘러본 민현은 입고 있던 윗옷의 단추를 한 손으로 풀어냈다. 윗옷을 벗어 던진 민현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제 몸을 뉘었다.


  한 손으로 제 머리를 꾹 누른 채로 몸을 일으킨 민현이 맨발로 부서져 바닥에 튀어있는 나무 조각과 유리 조각을 밟으며 제 휴대전화가 내쳐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민현이 스치고 지나간 곳에는 붉은 핏자국이 짓이겨져 있었다. 잔뜩 금이 간 채로 한 켠에 던져져 있는 휴대전화를 집어든 민현이 알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화면 가득히 박혀있는 검은 글자를 읽어내러 간 민현이 조금씩, 조금씩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어딘가 잔뜩 비틀려 있는 웃음을.


  "현, 나의 현아. 조금만 기다리면 보게 될 것 같아, 하나뿐인 내 사랑아."


  민현은 화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한 남자의 웃는 얼굴에 제 입을 살짝 맞췄다. 그와 동시에 부서진 화면 위에 놓여있는 작은 유리 알갱이가 민현의 입술을 스쳐 작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 상처 사이로 터져 나온 핏방울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에 그대로 맺혔다.


***


  손끝을 타고 팔을 따라 느껴지는 냉기에 종현이 몸을 살짝 떨었다. 10월. 추워질 날씨긴 하지, 그렇게 생각한 종현이 제 팔을 양손으로 문질렀다. 고개를 한 번 빠르게 좌우로 저은 종현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종현은 하품이 흘러나오는 입을 꾸욱 눌러 닫으며 다시 내려놓았던 연필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몇 단어 눌러 적지 않았을 때 톡톡- 코에서 피가 흘러나와 노트를 적셨다. 서둘러 코를 검지로 대충 막은 종현이 다른 손으로 가방을 뒤져 휴지를 찾았다. 느껴지지 않는 감촉에 몇 번 더 가방을 뒤척이던 종현은 낮에 물을 엎어 휴지를 다 쓴 것을 기억해냈다. 귀찮게 됐네…. 한숨을 포옥 내쉰 종현이 노트가 먹어들어가는 핏자국을 제 손가락으로 쓸어 닦아내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솨아아아-


  흐르는 물로 코와 손을 닦아낸 종현이 거울을 바라보았다. 며칠째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한 터라 볼살이 잔뜩 빠져 있었다. 볼을 제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내린 종현이 몇 달 전 제 모습을 상기시켰다. 


  "그때가 지금보다 나았을 지도…."


  제 얼굴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던 종현은 이내 제가 뱉어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손으로 제 뺨을 세게 내려쳤다. 짝- 소리가 나며 볼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김종현."


  그때가 좋기는……. 그때의 너는 미친 듯이 불행했어 알아? 종현은 수도꼭지를 잡아 찬물 쪽으로 돌렸다. 솨아-하는 소리와 함께 차디찬 물이 틀어졌다. 양손으로 물을 받은 종현이 제 얼굴을 씻어내려는데 커다랗게 들리는 물소리 사이로 가죽구두의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발부터 느껴지는 오싹한 냉기. 조금씩 조금씩 다가온 냉기는 발목을 휘감고는 그대로 타고 올라와 온몸을 휘감았다.


  "현아, 보고 싶었어."


  종현은 제 온몸을 휘감은 냉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 제가 하려던 행동을 잊은 종현이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다. 낮게 구두 굽 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민현이 더욱 짙게 제 호르몬을 흩뿌렸다.


  "현아, 나를 봐야지, 뭐 하고 있는 거야."


  가까이 다가온 민현은 종현의 어깨를 쥐어 잡아 종현의 몸을 돌려 저를 보게 했다. 제 어깨에 느껴지는 악력에 종현이 아-…. 낮게 신음을 뱉어냈다. 차갑게 화장실을 가득 메우는 호르몬에 뜨거운 종현의 호르몬이 옅게 퍼져 나왔다. 냉기에 대항할 수 없는, 적은 호르몬. 종현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눈에서 차오른 눈물은 종현의 눈꼬리를 따라 또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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